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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CO 후기 특별 기고 ⑤] I-SPY2 : 공공 기반 정밀의학 플랫폼의 진화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25-06-23
  • 출처:THE BIO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메디라마 본사에서 만난 문한림 대표가 임상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더바이오)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메디라마 본사에서 만난 문한림 대표가 임상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더바이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Annual Meeting 2025)는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의 임상 결과와 더불어,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 치료, ctDNA를 이용한 최소잔존질환(MRD) 평가, 그리고 디지털 헬스 기술의 종양학 적용 등 미래지향적 주제들이 중심 무대에 올랐다. 특히 전통적인 암종 중심의 발표를 넘어, 약물 메커니즘과 표적 특이성에 기반한 트랙 구성이 강화되었으며, 이는 정밀의학 시대의 흐름에 맞춘 진화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번 기고는 단순히 항암제 후보 물질들의 임상 결과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I-SPY2와 NCI-MATCH와 같은 공공 임상 플랫폼이 약물 개발과 환자 선별 전략에 어떻게 구조적으로 기여해왔는지를 되짚고, 정밀의학이 임상시험 설계와 치료 접근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함께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기고는 총 6편으로 나눠 차례로 <더바이오> 홈페이지에 기재된다. 

수십 개의 신약이 매년 임상시험에 진입하지만, 최종 승인을 받는 약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조기 유방암과 같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고형암에서는, 새로운 치료제가 기존 치료 대비 ‘의미 있는 개선’을 증명해내는 데 한계가 많다. 이러한 임상 개발의 병목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I-SPY2다. 

I-SPY2는 다기관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마스터 프로토콜(master protocol)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약 후보를 동시에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혁신적 플랫폼이다. 

기존 산업계 주도의 일회성 임상시험과는 달리, I-SPY2는 과학적 가설에 기반한 바이오마커 선별, 적응형 무작위 배정, 조기 효과 판단 기준을 통합하여 공공 기반에서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대표적 IIT(Investigator-Initiated Trial)로 기능해왔다.

그 결과 I-SPY2는 단순한 시험 설계의 혁신을 넘어서, 실제로 수많은 신약 후보들의 임상 진입 전략을 조율하고, 그 중 일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승인 및 적응증 확대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 즉, 공공-산업 협력을 매개로 하여 ‘약물 개발의 생태계’를 설계하는 전례 없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것이다.

올해 ASCO에서 발표된 I-SPY2의 새로운 모습은, 이 플랫폼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준다. 발표된 I-SPY2 Endocrine Optimization Protocol(EOP) 하위연구에서는,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들에게 수술전 내분비요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순환 종양 ctDNA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기 반응 예측과 치료 결정 재정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특히 약물투여 전 에서 ctDNA가 음성이었던 환자들은 종양 병기(stage), 증식지표(Ki-67), 기능적 종양 용적(FTV) 등 기존 임상병리 지표에서도 유리한 특성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분자적 최소잔존질환(MRD)을 기반으로 환자군을 세분화하고 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정밀의학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는 근거로 주목받았다.

실제 연구에는 총 142명의 HR+/HER2- 유방암 환자가 등록되었으며, 그 중 112명(79%)이 초기 시점에서 ctDNA 결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중 35명(31%)이 baseline ctDNA 음성이었고, 이 환자군은 전체적으로 낮은 임상병기(N0 46%, T1/T2 71%)와 낮은 Ki-67 발현(≤10%인 경우 49%)을 보였다. 반면 baseline ctDNA가 양성이었던 77명의 환자군은 상대적으로 높은 종양 부피와 증식도를 나타냈으며, 이는 ctDNA가 단순한 존재 유무를 넘어 기능적 생물학적 burden의 대리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내분비 치료 4주 후 추적한 ctDNA 동태 역시 보고되었다. 약물 투여 전 ctDNA 양성 환자군 중 35%는 치료 4주차에서 여전히 ctDNA가 검출되었고, 이들은 병리적 complete response(pCR)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ctDNA 기반 조기 반응 지표가 실제 임상적 예후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치료 중간에 약제를 교체하거나 치료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전을 제공한다.

요약하자면, 이번 발표는 I-SPY2가 단순한 약물 테스트 플랫폼이 아니라, 분자 기반 반응 예측과 치료 설계를 통합하는 정밀의학 임상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결과다. 

과거에는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를 가르는 시험이었다면, 이제는 '누구에게 어떤 약이, 언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밝히는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연구자 중심 마스터 프로토콜이 단지 제약사의 대안을 넘어, 정밀의학 시대의 표준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멋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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