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Annual Meeting 2025)는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의 임상 결과와 더불어,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 치료, ctDNA를 이용한 최소잔존질환(MRD) 평가, 그리고 디지털 헬스 기술의 종양학 적용 등 미래지향적 주제들이 중심 무대에 올랐다. 특히 전통적인 암종 중심의 발표를 넘어, 약물 메커니즘과 표적 특이성에 기반한 트랙 구성이 강화되었으며, 이는 정밀의학 시대의 흐름에 맞춘 진화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번 기고는 단순히 항암제 후보 물질들의 임상 결과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I-SPY2와 NCI-MATCH와 같은 공공 임상 플랫폼이 약물 개발과 환자 선별 전략에 어떻게 구조적으로 기여해왔는지를 되짚고, 정밀의학이 임상시험 설계와 치료 접근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함께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기고는 총 6편으로 나눠 차례로 <더바이오> 홈페이지에 기재된다.
단백질 DLL3은 원래 'Notch 신호 경로'의 억제 인자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고등급 신경내분비암에서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종양 특이적 표적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아, T세포 기반 면역치료에서 높은 선택성과 낮은 오프타깃 독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개념은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DLL3을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T세포 리디렉션 치료제인 'Imdeltra(성분 tarlatamab)'를 재발성 소세포폐암(SCLC)에 조건부 승인하면서 임상적 현실로 다가왔다. Tarlatamab는 DLL3을 표적하면서 동시에 CD3에 결합해 T세포가 DLL3+ 암세포를 직접 죽이도록 유도하는 BiTE(Bispecific T-cell Engager) 구조다.
올해 ASCO에서 발표된 Obrixtamig(코드명 BI764532)은 같은 DLL3을 겨냥하면서도, Tarlatamab과는 달리 IgG 유사 구조를 지닌 이중특이 항체로 개발되어, 더 긴 반감기와 주 1회 정맥주사라는 실용적 이점을 갖는다.
또한 적용 대상에서도 소세포폐암이 아닌 폐 외 고등급 신경내분비암(ep-NEC)이라는 희귀 질환을 중심으로, DLL3 고발현 환자를 정밀하게 선별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차별점을 둔다.
Obrixtamig의 임상1상 중간 결과는 이러한 전략의 가능성을 실제 환자 집단에서 시험한 첫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폐 외부에서 발생한 고등급 신경내분비암 환자 총 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환자들은 종양 내 DLL3 발현 정도에 따라 고발현(≥75%)과 저발현(<75%) 군으로 나뉘었다. 고발현군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19.2%(5/26), 질병 조절률은 42.3%로 나타났고, 반면 저발현군에서는 ORR 0%, DCR 22.7%에 그쳤다.
이는 DLL3의 발현 정도가 임상 반응성과 명확한 연관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전체의 약 79%에서 관찰되었고, Grade 3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은 58%에서 발생했다.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 피로, 빈혈 등이 주요 부작용으로 보고되었으며, 특히 고용량군에서는 CRS 발생률이 다소 높게 관찰되었다.
Obrixtamig은 현재까지의 데이터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으나, T세포 기반 면역치료의 작용기전을 기반으로 한 DLL3 표적 전략의 유효성과 안전성 모두에서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SCLC를 넘어 새로운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 약물이 단순한 후속 후보를 넘어 전략적 전환점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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